최근에 뭔가 이것 저것 검색하다가 문득 든 생각, 동생이 내가 SNS 페이지에 올린 사진을 보고 남긴 댓글이 생각이 났다. 사진은 내가 아이들과 함께 이곳에서 처음으로 낚은 물고기 사진이었다. 댓글은 '아이들에게 살생?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대에서 그쳐야죠! ^^;' 였다.
출처 : 핀터레스트
진담반 농담반으로 한 말이겠지만, 내 아버지는 봄, 여름, 가을은 낚시, 겨울은 사냥으로 주말의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내시는 분이다. 어렸을 적엔 반강제적으로 낚시는 많이 따라다녔지만 사냥은 별로 따라갈 마음이 안드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 였던가, 날아가던 꿩이 아버지가 쏜 총알을 맞고 눈이 잔뜩 내린 밭으로 떨어졌을 때, 나는 신나는 기분?으로 떨어진 꿩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갔던 적이 있다.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 였던 것 같다. 꿩은 정확히 나를 쳐다 보고 있었고 쌓여있는 흰 눈으로 천천히 피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 짧은 순간은 영원과도 같았고 눈이 내리면서 쌓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했다. 난 내 앞에서 죽음의 순간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꿩은 천천히 날개를 펴며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천천히 눈을 감으며 죽어 갔다. 그건 정말 강렬한 경험이었다! 난 그 뒤로 꿩을 쳐다 보거나 만질 수 없었고, 내가 본 것을 최대한 자세히 어머니에게 설명하며 살짝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는 불교 신자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냥 하시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 뒤로 몇 번인가 사냥을 따라다녔지만 그렇게 흐지부지, 학년이 올라가면서 공부 핑계로 사냥 따라가기를 그만둘 수 있었다.
지금은 마흔을 넘긴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낚시를 다니고 있다. 맨 위에서도 말했지만 동생마저도 낚시를 살생?으로 규정한다. 낚시는 정말 잔인한 행위 일까 ?
이곳에서 처음으로 퍼치를 잡아 튀김을 만들기 위해 칼질을 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야생에선 큰 동물이 작은 동물을 잡아 먹으며, 우린 필요 이외의 살생을 해선 안된다'라고 가르쳤다. 아이들은 어느 정도 이해한듯 싶긴 하지만 여전히 물고기에서 피를 뺀다거나 내장을 제거하는 행위를 바로 쳐다보긴 힘든것 같다. 언젠가 커다란 암놈 퍼치를 잡아 집에 와서 배를 가를 때, 딸래미는 나에게 '암놈은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작은 알들이 모두 새끼 퍼치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라는 말을 했다. 딸래미는 그때 8살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가면서 나는 구글 검색창에 '낚시는 잔인한 것인가' 라는 문장을 입력하고 있었다.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한국말로 검색해선 별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영어로 검색하니 여러가지 사이트들이 검색되는데, 한국 사이트에서도 몇번인가 언급되었던 BBC 의 뉴스기사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용인 즉슨, 물고기로 몇가지 실험을 해보니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일단 이런게 뉴스 기사화 된 것 자체가 좀 황당했는데 일단 끝까지 읽고 나니 달려 있는 댓글 리스트로 자연히 눈이 가게 되었다.
'생물이니 당연히 느끼는거 아닌가? 이런 데 돈 낭비하지 말고 좀 더 제대로된 연구를 하라고 !'
'당연히 고통을 느끼겠지. 낚시는 모두 금지해야 해 ! 낚시는 정말 잔인한 행위야 !'
'낚시 즐기는 사람들, 이걸 좀 읽고 배웠으면 좋겠어. 낚시는 정말 잔인한 행위야'
'여기 글쓰는 사람들 지능 수준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거지? 네가 먹는 닭고기, 소고기도 모두 그렇게 얻어지는 거라고. 이 글대로라면 모든 사람들은 베지테리언도 아니고 비건이 되어야 한다고. 왜? 식물도 고통을 느낀다는데 야채도 먹지말고 공기만 먹고 살지 그래?'
뭐 기타등등, 댓글들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가 이곳에서 다시 낚시를 시작한 이유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한국과 달리 낚시 라이센스가 존재한다는 점, 어종마다 잡을 수 있는 개체 수나 크기 제한이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 시작한 것도 있다. 난 이 규율을 지킨다는 것이 일단 마음에 들고, 내가 잡은 물고기들은 모두 가족의 식탁에 오른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지킨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회구조라고 보았기 때문에 흔쾌히 낚시를 다시 시작하리라 마음 먹은 것이기도 하다. 사실 한국서 너무 무지막지한, 낚시라기 보단 그냥 무식한 행동들?을 많이 봐서 그동안 질린 것도 없지 않았다. 그 사람들과 같이 뒤섞여서 같은 취급을 받기 싫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서는 라이센스 비용등이 모두 해당 정부기관의 물고기 보호 프로그램이나 감시 프로그램에 사용된다고 들었다.
너무 작거나, 포획 금지 어종이거나 그 이외의 필요없는 물고기는 잡으면 모두 놓아주었다. 어쨌거나 사람은 '먹고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들은 음식은 남기지 말고 모두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 아닌가 ? 내가 먹기 위해 살생당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남기지 말고 모두 먹고 우린 그로부터 얻어진 에너지로 다시 살아가는 것이다.
물고기의 고통 소식 이외에 '낚시는 잔인한 가?' (Is Fishing Cruel?) 라는 제목으로 포스팅 된 블로그도 찾았다. 왠지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은 것 같아서 포스팅을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내용인 즉슨 손주들을 데리고 캠핑을 갔는데, 낚시를 하다가 굉장히 큰 물고기가 우연히 자신의 미끼를 물었다는 것. 변변찮은 장비로 낚으려 하다 보니 결국 낚는 것을 실패하고 물고기는 바늘과 낚시줄에 엉킨 채 도망을 가버렸다는 것이었다. 잡았으면 어쨌거나 가족들을 위한 식사가 되었을 테고 차라리 바늘이 빠졌거나 줄이 끊어졌으면 물고기도 살았을텐데, 저 상태로 돌아다니다 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죽어버릴테니 왠지 양심에 가책을 받았다는 것이다.
블로그 저자가 이 생각들을 손주들에게 했더니 손주 중의 한명이 '왜 그런 잔인한 일을 해요? 그냥 물고기를 마트에서 사먹으면 되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순간 어떤 말을 손주에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었다고 한다. 짧게 알아들 수 있도록 해줄만한 이야기도 없고, 그렇다고 장황하게 설명한다고 해도 아이가 이해를 할지 알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장황한 설명을 한다해도 그게 정당화 될 것인가 하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을 갖고 저자는 동네에 장보러 나갔다가(아마 꽤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에 사는 듯), 쓰레기 처리을 운영하는 무뚝뚝한 주인을 만나게 된다. 큰 쓰레기는 모두 이곳에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해 연말이면 일부러 신경써서 쿠키를 구워다 주어도 감사하다는 말 한번 듣기 어려운, 시골에 사는 전형적인 사람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질문을 받으면 의외로 대답을 잘 해준다는 것을 생각해 내어 저자는 낚시에 대해 질문을 해본다. 낚시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지난 낚시에서 잡지 못한 큰 물고기 이야기를 해주니 그에게서 바로 돌아오는 대답이란,
" 그게 바로 낚시지 ! (That is fishing !)"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으나 그 뒤로 그가 해준, 낚시꾼들이 흔히 얘기하는 '놓쳐버린 월척' 에 대한 이야기는 그 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몇해 전에 그 무뚝뚝한 사람은 친구와 함께 보트를 타고 낚시대를 각각 두 개씩 준비하여 트롤링 낚시를 했다고 한다. 미끼나 채비등 준비할 것이 제법 있었는데, 낚시는 바로 시작해야 겠고 해서 낚시대가 3개만 트롤링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일단 보트를 출발 시키고 낚시를 시작했다고 한다. 4번째 낚시대엔 대충 채비와 미끼만 달고 줄도 보트에 가깝게 감아두었기에, '나머지 3개로 낚시를 시작하고 이건 천천히 준비해도 되겠지' 하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가지 않아 하필이면 그 낚시대에 대형 입질이 !!! 낚시대는 마치 회초리와 같이 휙, 자신과 친구의 머리위로 점프하여 물속으로 사라져 갔다고 한다. 망연자실 멀어져가는 낚시대와 릴을 보면서 친구와 자기는 할말을 잃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낚시야!'
출처 : 핀터레스트
저자가 무릎을 쳤던 부분은 바로 여기였다. 바로 그거다. 우리는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낚시의 핵심, 낚시의 본질. 인간은 기본적으로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품고 '물고기 따위' 보다 상위에 있으며, 우리가 항상 '이긴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않다. 때로는 이기며, 떄로는 진다. 그것은 실력이 있고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운이 있거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의미에서 낚시는 얼마나 보잘것 없는 행위인가 ! 사람보다 크기도 작고 두뇌도 작은 물고기가, 대부분의 경우에 승리한다. 우리는 우리가 물고기를 통제할 수 있고 우리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그것이 바로 낚시지 !'
'그것이 바로 인생이야!'
필자는 그 쓰레기 하치장의 주인으로부터 낚시에 대한 명쾌한 답보다 인생에 대한 더 큰 진리의 해답을 듣는다.
제목과는 다른 결론으로 도달하고 있긴 하지만 '낚시는 잔인한 행위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포괄적인 답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낚시가 잔인한 행동일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이런 행동 모두가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쨌거나 생존해 나갈 것이고 그것이 꼭 낚시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잔인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에 그것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연관되게 되고 타당성을 부여할 것이며, 자신들이 완벽히 그것을 '통제' 하고 있다고, 또는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통제'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비난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그것으로 부터 완벽한 통제를 얻어 낼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나는 이번 주말엔 어디로 어떻게 낚시를 갈 것인가를 지금 심각히? 고민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