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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후기

2014년 3월 세번째 보우만빌 낚시

 

 

일찌감치 아들과 같이 출발해서 피어 동쪽편 자리를 잡았다. 지난번 보았을 때 이쪽이 잘 무는 것 같아 무턱대고 이쪽으로 왔는데, 또 한가지 이유는 이쪽에는 얼음이 평평하게 얼어 아들같은 어린애들도 올라올 수 있었지만 반대편은 고르게 얼지도 않고, 중간에 끊겨 있는 부분도 있어서 였다. 도착하고 낚시대를 펴니 벌써 해가 밝아 온다.

 

 

반대편에서는 신나게? 잡아 올리는데, 이쪽편 사람들은 입질도 없다. 오늘은 바람이 남서쪽에서 강하게 불어온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등대 바로 옆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챠도르 를 뒤집어 쓴 중동 여자가 낚시를 하고 있다는 점. 잡기도 잘 잡는다. 저기 사진에 있는 사람들 좀 그랬던 것이, 다들 너댓마리는 잡은 것 같은데 떠나질 않는다. 스포츠 라이센스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두마리가 한계인데, 놔주는 것도 아니고 계속 해서 잡고 있으니, 전부 불법? 조업을 하고 있는 셈. 이쪽에 있는 사람들로선 입질도 없으니 꽤나 억울한가 보다. 다들 볼멘 소리 뿐이다. ^^; 

 

 

이젠 해가 제법 밝게 떴다. 여전히 반대쪽에서만 신나게 올라오는 중. 브론테 아웃도어에서 산, 물에 뜨도록 만들어진 알쌈으로 바텀 바운싱을 했는데 낚시대를 받칠수 있는 받침대가 없는 것이 아쉬었다. DIY 관련 포스팅에서 낚시대 받침대를 만들게 된 것도 이때 필요성을 느껴서였다. ^^ 물끄러미 반대편을 바라보며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가지 황당한 사건? 이 있었다. 아까 그 중동여자가, 1살 내외의 아기를 앉히는 카시트를 등대옆에서 흔들고 있는게 아닌가 !!! 여기서 바라보는 우리가 다 아찔하다. 오늘은 영하 10도밑의 날씨에 바람도 거센대, 이런 곳에 아기를 데리고 나온것도 그렇지만 얼음 밑은 엄청 깊은 호수물인데, 저곳에서 카시트 째로 흔들어 대고 있는 것이다. 미끌어지기라도 하면 ...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견디다 못하고 내가 있는 쪽의 백인 아저씨 한팀이 경찰에 신고를 했다. -_-;; 리밋을 넘겨 낚시를 하는 것도 괘씸한데, 아기 생명이 위험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정말 못봐주겠다고 하면서, 신고를 마치고선 바로 철수해 버렸다.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바로 경찰이 등장했다 ! 아들 사진을 찍어주는 척 하며 한 컷. 그런데 바위가 얼음에 뒤덮혀있고 미끄러워 경찰이 저기서 더 이상 안으로 들어가질 못한다. -_- 모양새를 보아하니, 들어가거나 나오는 낚시꾼들에게 이 아랍여자를 나오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나중에 보니 부부가 같이 낚시를 하고 있더라. -_-;; 둘다 경찰한테 꽤 강력하게 항의를 한다. 뭐.. 안봐도 뻔하지만 손짓 발짓 하는 것 봐선 내가 아기 보며 낚시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한참을 실랑이 벌이더니 철수한다. 더 황당한 건, 한시간 뒤에 애 아빠가 아기를 품앞에 들쳐 엎고 나타났 다는 것. 사람들이 다들 기가차서 말이 안나온다는 표정들이었다. 이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여섯 마리 이상을 잡고도 계속 낚시를 해서 새로 낚시하러 들어오는 사람들과 많은 마찰이 있었다. 서로 소리를 지르고 낚시대를 뺏고 싸우고... -_- 무슨 생각들로 낚시를 하는 것일까? 저렇게 큰 송어를 그렇게 여러마리 잡아서 뭘하려는 것일까? 내년에도 낚시를 할텐데, 저렇게 많이 잡아대면 내년을 기약하기 어렵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일까? 남들 다 하니 나도 질수 없다, 뭐 그런 것일까?

 

 

결국 입질도 한번 받지 못하고 철수 하기로 결정했다. 좀더 안쪽에서 얼음 구멍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전부 철수하고 없었다. 점심시간 때가 되어오니 날씨가 점점 맑아진다.

 

 

출발하기 전에 아쉬워서 스파이크를 신고 반대편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스파이크를 신고도 좀처럼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뭐, 빠진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이 날씨에 몸이 젖었다가는 심장마비가 당연히 올것 같기도 하고, 일단 반대편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얼음의 높이가 또 장난이 아니다. 물이 한 2-3미터 밑에 있다는 느낌. 한손에 낚시대, 다른 한 손에 뜰채를 들고 깊은 쪽까지 들어갈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 게다가 얼음도 갈수록 점점 좁아지면서 양쪽 경사가 가파라진다. 포기. 이건 레져로 하는 낚시가 아닌, 무슨 생명을 걸고 하는 분위기.

 

 

밖으로 걸어나오면서 멀리 한 컷을 찍어봤다. 반대편에선 여전히 잡는 사람이 없지만 이쪽편에선 휘어진 낚시대들이 춤을 춘다. 이렇게 많이 잡혀나오고도 5월까지 그렇게 많은 송어들이 올라온다니, 정말 개체수가 많긴 많다는 느낌. 그래도 리밋들좀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램. 다들 기분좋게 낚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그리 힘든지. 이런 땐 MNR 이 아예 자리를 지키고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그 사람들도 이 날씨에 여기에 나와 서서 벌서는 것도 아니고, 나와있을 이유가 없겠지.

 

 

해가 중천에 뜨니 물색깔이 너무 예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철수.